2011년 5월 23일 월요일

統一論議 (53) 주체사상 비평



통치수단으로서의 주체사상은 평양 정권의 정치체제의 규범적 지침이고 지도 강령이다.
2009년의 개정헌법은 주체사상을 선군사상과 더불어 “자기 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주민의 가치 그리고 생활 영역 등 모든 영역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 주체사상의 형성과 내용 변천 >

주체사상의 논의는 1955년 사상에서의 주체를 시작으로, 1956년 경제에서의 자립, 1957년 내정에서의 자주, 1962년 국방에서의 자위  그리고 1966년 외교에서의 자주를 표방하면서 이론적 체계화가 시도되었다.

정권 초기의 이념적 강령인 미르크스-레닌주의와의 동등한 위상 정립을 위해 1970년 조선노동당 제5차 당 대회에서 조선노동당의 공식 이념으로 주체사상이 채택되었다.

이론적 측면에서 주체사상은 전통적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적 시각을 수정함으로써 이로부터의 이탈을 의미하며, 인간의 의식적, 주체적인 사고와 행위가 경제구조와 사회 역사를 변화시킨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하지만, 본질 면에서는 마르크스-레닌주의의 토대위에 일국 사회주의와 일인독재를 담은 스탈린주의적 특성을 갖고, 북한 지역 주민들의 주체의식을 주도하는 수령의 리더십에 결부시키고 있다.

스탈린식 일국 사회주의가 다민족국가인 소련을 배경으로 구성한데 반해, 평양 정권이 표방하는 사회주의는 단일민족주의의 색조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을 뿐이다.

주체사상에 이 민족주의가 투영된 요인은 일제 식민지 시대의 경험과 6.25전쟁 이후 나타난 미국 및 서구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반감 그리고 소련과 중국 등 거대 우방국과의 비대칭적인 협력관계의 불편한 의식의 반작용이 바로 주체사상 내의 민족주의의 강조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또 다른 요인은 유교적 사상의 접목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이래 한국사회의 지배적인 유교적 전통은 강력한 절대 권력의 통치에 의한 후원주의적 (Paternalistic)통치체제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이것은 곧 절대 권력의 일인통치를 위한 주체사상의 문화적 하부구조를 형성했다.

주체사상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차별화되는 추가적인 요인은 유기체적 전체주의와 유심론의 도입이다.  전자는 유교적 사상의 전통과 더불어 평양 정권의 가부장적 일인 지배체제를 옹호하는 “사회주의 대가정론”이 사상적 토대의 기능을 한다.

후자의 경우, 인간의식이 사회와 역사를 주도한다는 유심론의 주체적 행위의 강조는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유물론적 한계를 극복하기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주체사상은 다양한 사상의 혼합으로 변형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복합적 사고를 추구하지만, 이에 따른 논리적 일체성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1960년대 이후, 평양 정권은 김일성 개인 우상화와 함께 주체사상을 김일성주의로의 이론적 변환을 시도했다.  수령이 인민대중을 인도하는 영도자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수령론”은 김일성 개인 우상화의 극치라 할 수 있다.

1980년대에는 김일성의 후계자 김 정일의 부자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세습 전제왕조에 대한 기존의 비판적 시각까지도 바꾸면서, 주체 위업은 대를 이어 달성되어야 한다고 수령에 대한 지속적 충성을 강조했다.

유교사상은 인민을 착취하는 사상으로 평가절하 하면서도 그 핵심 요소인 충효사상과 가부장적 가치관도 동원하였다.

1980년대 후반에는 동구 사회주의권과 소련의 연속적 붕괴로 평양 정권은 체제의 위협을 느껴 주체사상의 논리적 보강을 통해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식 사회주의”의 기치를 내세워 체제 붕괴 가능성의 우려를 불식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는 심각한 경제난을 극복해야 하는 현실적 난제를 맞으면서, 실리적 사고의 확대를 경험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이념적 지배력을 수행하는 주체사상의 위력을 약화시키게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 주체사상의 논의는 더욱 위축되는 과정을 밟게 된다.  선군사상이 정치 전면에 부상함에 따라 주체사상의 사회적 구속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주체사상이 평양 정권의 이념적 지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주체사상은 내외적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내용을 재구성해 왔으며, 향후 어떠한 형태로 변화를 도모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주체사상의 실효성과 한계 >

북한 지역 주민들은 주체사상을 일상화하는 삶을 요구받고 있다.  그리고 주체사상은 “민족해방, 계급해방, 인간해방에 관한 이론과 사회 및 자연개조에 관한 이론이 전면적으로 체계화된 공산주의 혁명이론”이며, 무오류의 사상으로서 현실적 실천성을 갖춘 사상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김 정일의 권력 승계 이후 “붉은 기 사상”, “강성 대국론”, “선군정치론” 등 경제난국에 대처하고 체제를 안정화하기 위한 행동 강령 성격의 슬로건들이 주체사상을 대신하여 정치적 가치로 활용되고 있다.

이것은 주체사상이 유일한 최고지도이념이라는 공식적 위상과는 달리, 실질적 정책지침으로서의 실효성을 상실하여 사회적 영향력도 저하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체사상에 대한 비판은 다양한 시각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론적 질문들은 체계적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첫째, 이론적 측면에서 인간의지의 절대성과 유물론적 경제 결정주의의 공존이 논리적 일체성의 형성 가능 여부이다.

둘째, 상부구조와 하부구조 간의 불명확한 상호 연계성도 추가적인 논란의 대상이다.

셋째,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국제연대주의와 민족주의적 사회주의 간의 논리적 상충 여부 등 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 스탈린주의, 민족주의, 유교사상, 유기체적 전체주의, 인간중심의 유심론 등 상충될 수 있는 이념들의 난삽한 집합체로 구성된 주체사상에 대한 명쾌한 논리적 일관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주체사상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비판은 평양 정권의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가치가 사실상 개인의 권력 독점과 우상화를 위한 정략적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수령론의 근저에서 인민대중은 주체가 상징하는 진정한 주인의 자격을 획득하지 못하고 수령의 지도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수동적 객체로 전락하고 있다.

사회주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부자 독재세습화를 추구하며, 그 진실성을 상실하고 주인 잃은 의식과 행동의 강령으로 표류하고 있다.

현재 평양 체제에서 주체사상은 초법적 통치이념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신격화된 김일성에 의해 창시되어 그간 체제의 존립 자체를 대변해 온 이념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대적 조류에 부응하며 자국의 이익을 지켜가는 국가이념 체계로서의 주체사상의 한계는 분명하다.  내적 논리상의 오류를 지닐 뿐만 아니라, 외적 변화에 대응하는 데 지나치게 경직하다는 한계에 직면해 있는 점이다.

< 선군정치의 등장 >

선군정치는 김일성 사망 이후 김 정일 체제의 출범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던 1995년 초부터 논의가 시작되어, 1998년에 정권의 핵심적 통치 가치로 정착했다.

군의 역할을 강조하는 선군정치는 군의 영향력을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예술 등 전 영역에 펼치고 있다.  선군정치 하에서 군은 지도자와 사회주의 체제의 중심기구의  위상에 오르게 되었다.

선군정치 등장의 직접적인 배경은 경제난 속에서 김 정일 체제의 생존을 위해 권력의 근간을 당보다 군에 의존하게 된  대내적 환경이다.  

극심한 경제난은 사회주의적 후원주의 체제인 당이 인민의 기본적 삶의 조건을 제공하고, 인민은 정권의지지 및 정통성을 인지하는 고리를 와해시켰다.

환언하면, 사회주의의 내적 정통성을 제공하는 당의 기능 약화로 군의 위상과 역할의 재정립으로 체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정권의 정통성을 만회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선군정치의 또 다른 배경은 외교적 고립에 따른 대외적 안보 위협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동구 사회주의권과 소련의 붕괴 이후 외교적 고립은 가속화 되어 왔으며, 미국과의 첨예화된 대결구도는 평양 정권의 자위적 군사력에 대한 우려를 키워왔다.

그리고 우리와의 체제 경쟁에서 최후의 경쟁력을 보존하는 군사 부문에 대한 자부심과 집착 또한 이 선군정치를 들고 나온 배경 요인이며, 김 정일 정권의 체제 안정화를 도모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실천 이데올로기 (사상)로부터 순수 이데올로기 (주의)로 끌어 올리려는 주체사상과 더불어 선군사상이 지도적 지침을 행사한다는 헌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선군정치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선군사상이 주체사상을 대체하는 새로운 통치 이념으로 부상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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